장영일

5개월

영일이는 5개월 고양이가 됐다. 늠름한 5개월 고양이라면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 조건에 부합한다면 중성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중성화의 주된 목적은 질병 예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수술 예약을 하기 전에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다. 영일이는 또 자기 앞에 벌어질 일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간...

4개월

나는 고양이와 함께 살지만 여전히 고양이라는 동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영일이가 움직이는 모양새를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고양이의 행동 특징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나는 영일이를 고양이로 인정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특이한 고양이다. 영일이를 통해 고양이를 배우면 영영 고양이라는 동물을 알지 못한...

어릴 때부터 유난히 그루밍에 소질이 없었던 고양이

3개월

싫어도 가야 해! 하지만 나도 가기 싫다. 병원 얘기다. 나는 간단한 건강검진을 앞두고도 괜히 긴장하는데 고양이라고 다를 건 없을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은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하게 될 지, 왜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고양이는 자기가 지금 어디를 가는지, 가서 뭘 하는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른다. 알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

2개월

2개월이 된 영일이는 전보다 조금 더 고양이가 되었다. 민들레 홀씨처럼 삐죽삐죽 자랐던 털도 조금 비슷한 길이로 정리되었다. 전에는 털을 옆으로 조금만 밀치면 살이 보였는데 이제는 빽빽해서 살이 잘 안 보인다. 영일이는 그루밍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한다. 그루밍을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루밍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개월

이사를 마치고 영일이를 데리러 갔다. 퇴근 후에 조금 더 일찍 데리러 갈 수 있었는데 방의 바닥 몰딩이 아직 엉망인 점이 신경 쓰여서 퇴근길에 몰딩 재료를 샀다. 두 시간 동안 바닥 몰딩을 새로 했다. 나도 내가 바닥 몰딩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다. 입양을 결정하고 이사를 준비하면서 임시 보호자 님이 영일이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알려주셨는데, ...

3주차

푸른 치과 간판 뒤에서 푸치가 발견됐다. 사람이라는 이름의 개가 산책을 하다가 며칠을 같은 장소에서 울어서 의아하게 느낀 사람이의 보호자 님이 혹시나 해 간판 뒤쪽을 살펴보다가 버려진 양말을 봤는데 그게 고양이였다고 했다. 푸치는 구조된 이후로 사람이와 사람이 보호자 님과 함께 살다가 이사 문제로 잠깐 친구네 집에 맡겨졌다. 그때 내가 친구 집에 있었다. ...